
아이를 낳아 잘 기르는 것은 옛부터 덕목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은 후대를 잇기 위한 사람의 본성인 것이다. 그런데 옛 기록에는 출산에 대한 얘기는 신화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물도 새끼를 낳는 것부터 젖을 먹여 새끼를 기르는 것은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사람은 자립하도록 기르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 낳은 지 거의 돌이 되어야 두 발로 걸을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중요한 발전이었다. 인간이 호모 에렉투스(선 인간)같이 일어서면서부터 동물과 다르게 발달해 왔다.
아이를 낳는 것을 出產(출산)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를 기르는 것을 養育(양육)이라고 하며, 사전적 뜻은 '아이를 보살펴서 자라게 함.'이라고 되어있다. 出產의 產은 '낳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甲骨文은 없고 金文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기르다'의 뜻인 養育의 기를양(養)도 金文부터 나타난다.

그런데 養의 뜻이 '(낳아서) 기르다'는 것이고 또 '(젖을) 먹인다'는 것이다. 養은 양(羊)을 기른다, 친다'의 뜻이지만, 거꾸로 羊이 인간과 오래 같이한 동물로 羊 젖(milk)을 먹는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養의 金文을 보면, 羊에게 몽둥이를 든 손이라기보다, 뭔가를 잡은 손 같다 (羊의 젖을 얻기 위한). 그런데 이 글자들은 모두 甲骨文字가 안 보인다. 즉 우리 조상은 産과 養을 '낳다'와 '기르다'의 뜻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育은 다르다. 아이를 낳는(은) 여자의 모습을 글자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글자는 甲骨文과 金文에서는 여자가 있는데, 小篆에서는 여자가 없어지고 아이만 남아 지금의 育이 되어 '기르다'의 뜻이 되었다. 字形과 뜻이 바뀐 것이다. 甲骨文이 우리 조상의 글이라면, 金文은 우리 조상의 일부(?)가 甲骨文을 보강하고 변형해서 사용한 글자이다. 하지만 小篆부터는 중국인이 만들고 사용한 글자이다. 그래서 본래의 뜻을 알 수 없는 漢字들이 많다. 育도 그렇다. 낳다의 뜻은 없어지고 아이를 낳은 엄마도 없어지고 오직 아이를 기르는데 초점이 주어졌다.

그런데 난데없이 젖유(乳)가 나타났다. 이 글자가 젖(milk)과 관련된 듯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乳의 갑골문자를 보면 女, 母의 甲骨文과 닮았지, 乳와는 많이 다르다. 아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女, 母의 모습이다. 하물며 金文도 없다. 오히려 乳의 소전체를 거꾸로 하면, 育의 갑골문과 금문과 비슷하다. 孚(미쁠부)처럼 아이 위에 손 모양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 中國에서는 乳(젖유) 대신에 女가 들어간 奶(젖내)를 사용한다. 牛奶 (niúnǎi), 酸奶(suānnǎi)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milk는 우리말로 '젖'이다. 우리 조상이 열도로 넘어간 일본어는 ち 또는 ちち(찌찌)이다. 비슷하지 않은가..
milk의 어원을 보면 원인도유럽어(PIE)*melg- "to wipe, to rub off," 즉, milk는 문지르다, 쓰다듬다의 뜻에서 왔다. 그래서 현재에도 milk는 '젖을 짜다'라는 뜻이 있다.
한편 스페인어 leche, 프랑스어 lait 모두 라틴어 lac에서 왔다. 그리스어 gala(γᾰ́λᾰ)도 같은 어원이고 PIE *glakt-, *galakt- [note Hittite 𒂵𒌨𒋻 (galaktar, “soothing substance, nutrient”)] (젖을 먹여) 영양분도 공급하고 (아이를) 달래는 역할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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