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운전도 오래 하고 특히 전기차를 타다 보니, 출퇴근 시 차선변경과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에 주차하는 사람들을 보면 배려(配慮)라는 말이 자주 머릿속에 맴돌곤 한다.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나와있다. 慮는 호랑이를 뜻하는 虍와 생각 思가 합쳐서 걱정과 염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思慮, 考慮, 念慮 등으로 사용한다. 思나 慮는 갑골문자나 금문이 없다. 思는 생각하는 마음과 慮는 고려하는 생각이다. 이는 配보다 나중에 만들어졌다. 즉, 갑골문자 配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에 눌러앉은 것이 무엇일까? 오랫 동안 같이 묵은 친구와 부부처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그래서 배필(配匹)이 나오고, 분배(分配)가 나오지 않았을까.. 후에 그런 마음을 추가하여 慮가 추가되었을 것이다.
영어로는 뜻이 consider가 가장 가깝지만, 배려의 뜻보단 사려, 고려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consider는 함께의 뜻인 라틴어 con-과 별의 뜻인 sidus가 합쳐진 considerare가 프랑스를 거쳐 14세기에 영어로 들어왔다. 왜 별일까? 깜깜한 밤에도 별은 찾을 수 있듯이,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여하튼 영어의 뜻은 배려보다는 사려, 고려 쪽이 가깝다. examine, inspect의 라틴어 원뜻과 영어는 think about seriously.. 그래서 원시영어(PIE) 어원인 side ("stretch, extend")로 보는 이도 있다.
갑골문자 配는 농경사회를 접어든 신인류에게 '술'이라는 선물이 주어졌다. 酉의 갑골문자를 보면 그냥 사용하는 독, 항아리이다. 끝이 뾰족한 빗살무늬토기 형태 옆에 무릎을 '눌러앉은' 사람의 모습을 같이 그려 놓았다. 물론 대부분이 꿇어앉은 사람이라고 하나, 다른 갑골문자들을 보면 분명히 눌러앉은 모습이다. 우리말 '눌러앉다'를 표기하기 위한 갑골문자이다. 눌러앉아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는 뜻인 것이다. 물가에 자리를 잡은 인류는 문자를 만들 때, 흐르는 물을 보고 水과 川을 만들었다. 하지만 귀한 술은 독에서 오랫동안 묵어야 했다. 토기는 익혀먹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독에 오래 묵은 술을 증류하여 방울 방울 나온 증류주를 酒라 하였다. 이 酒는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음식이다. 만들기도 쉽지 않았으며, 만든 양도 얼마되지 않았으므로, 이 증류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우두머리만 음미할 수 있어서, 증류되는 술의 모양을 따서 酋(우두머리추)를 만들었다. 酋를 떠 받드는 모습이 尊(높을존)이다.

酉의 중국 상고음을 보면, 항아리나 독이 아니고 /*N-ruʔ/이다. 우리말 '누룩'이다. 그렇다면, 酉의 갑골음은 더욱더 우리말이며, 갑골문자도 우리의 문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tymolog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은 흐르고 마을은 물 한가운데, 水, 川, 州, water, stream, town (1) | 2023.10.07 |
---|---|
눌러앉다(4), 칼(御), 명령(命令) (3) | 2023.09.24 |
時와 해시계 (1) | 2023.09.07 |
영(零),공(空),빵(0), zero, null, empty (2) | 2023.08.21 |
어금니, 牙, 臼齒, molar, tusk, ivory (0) | 2023.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