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ymology

활에 진심인 민족

Aristode 2024. 9. 21. 20:53
활(弓)의 갑골문

활(弓)의 금문

인류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의 동물에 비해 열악한 인간은 도구를 이용하여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열매나 식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살아있는 맹수나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냥하기에 알맞은 돌과 나무를 이용하여 창을 만들어 적당한 거리의 동물을 찌르거나 던져서 꽂는 방법으로 사냥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람이 다치지 않는 거리에서 쏠 수 있는 활을 만들었다. 정말 획기적인 사냥도구였다. 물론 그동안 날짐승은 유인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나, 활의 등장으로 많은 날짐승도 획득하게 되었다.
활은 소수의 인간을 보존하며 사냥할 수 있는 좋은 사냥도구였다. 하지만 인류가 팽창하면서 인간들끼리 가지고 있는 재산과 먹을거리를 뺏는 싸움이 벌어지면서 사냥도구였든 창과 활이 전쟁도구로 바뀌었다. 활은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정말 좋은 무기가 되었다. 사람의 힘으로 멀리 있는 물체를 맞추는 것은 이만한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한자 활궁(弓)은 중국어로 gōng이다. 갑골문자를 보면 정말 활 모양이다. 弓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쏠사(射)를 보면 활에 화살을 메겨 쏘는 모습이다. 금문에는 손까지 더해있다. 이처럼 활에 관한 갑골문들이 있는데, 정작 중국의 역사에는 활을 주로 사용하지 않는다. 전쟁에 의미가 없었다. 긴 창이 쓸모가 있었다. 그래서 창도 여러 형태가 생겨났다.

射의 갑골문과 금문

그런데 왜 우리는 활이라 했을까? 활하면 불이 ‘활활’ 타오르다 등이 생각난다. 그 보다 더 활과 관련된 말은 우리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사람의 양쪽 어깨에서 팔까지 또는 엉덩이에서 다리까지를 ‘활개’라고 한다. 활, 활개 그리고 그 뜻을 되새겨보면 정말 놀랍다. 활개로 활을 쏜다. 같은 어원인 듯하다. 모양도 활과 팔을 활짝 편 모습(활개)은 거의 유사하다. 새는 이 ‘활개’가 ‘날개’이다. 사람은 활(화살)을 쏴서 날아가고 새는 날개로 날아가는 것이다. 새가 나는 것처럼, 활이란 말은 난다는 뜻도 있는 것이다. 사람은 날고 싶다. 하지만 날 수 없다. 때문에 활로 화살을 날 개하고, 새는 활개가 날개가 되었다. 활개는 보통 ‘활개를 치다’로 사용하며, 현재는 그다지 좋은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활(弓)의 (OC)/*kʷɯŋ/는 활개에서 ‘개’만 남은 듯하다.
어떻게 활이 갑골문은 활 모양을 하고 있는데, 활(弓)은 이렇게나 변했을까? 그 흔적을 보면 갑골문자에도 약간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 금문에 보면 ‘활’보다는 활개의 뜻과 같이 사람의 옆모습(엉덩이)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 모습이 小篆부터 현재의 弓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활을 유난히 사랑한 민족이 있었다. 맥족(貊族)이 만든 貊弓이 있고 고조선의 檀弓이 있는가 하면, 옛부터 중국의 동쪽은 東夷이라 하여 夷族이 있었다. 사실은 하나의 민족인 韓民族이었다. 활은 주로 말을 타고 유목과 사냥을 주로 하는 민족들에게서 발달하였다. 이 韓民族은 농경민족으로 주로 창과 칼을 사용하여야 하나, 적은 인원으로 적을 제압(制壓)할 수 있는 활이 有用하였다. 그래서 말을 이용한 활사냥(고구려 벽화)과 중국과 수많은 적들이 쳐들어올 때는 산성으로 들어가서 소수의 인원이 활을 이용한 淸野守城戰을 벌였다. 특히 수나라, 당나라는 그 많은 인원이었지만, 고구려는 훌륭히 물리쳤다. 한편 짧은 편전(片箭), 일명 '애기살'은 조선시대에  은밀히 사용하였다. 우리와 북쪽으로 가까운 여진족을 制壓 하기 위해서..
영어 활(bow)의 (OE) boga는 archery bow, anything bent or arched, an arch, a 🌈 의 뜻으로 휘어졌다는 것이다. (PG)*bug on "bow", (PIE)*bheug- "to bend" 위로 올라가면 결국 절하는 bow와 어원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림픽을 보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활의 민족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