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 戒盈杯, syphon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를 읽고 나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이 계영배(戒盈杯)이다. 戒盈杯란 ‘가득 참을 경계(警戒)하는 술잔’이라는 뜻으로 巨商 임상옥이 늘 곁에 두고 自身의 過慾을 警戒했다는 술잔이다.
戒盈杯의 경계할계(戒)는 ‘警戒하다’란 뜻이다. '경계한다'는 것은 적(敵)으로부터 지키고, 또는 뜻밖의 事故나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主意하게 하는 것이다. 갑골문자를 보면 두 손으로 창과(戈)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OC는 (Baxter–Sagart): /*kˤrək-s/와 (Zhengzhang): /*krɯːɡs/로 재구되어있다. 이 말은 창(戈)을 잡아끄는 ‘끌다’와 말이 비슷하다. 창과(戈)는 방패 사이로 찌르기보다는 끌어서 베는 방식이다. 우리보다는 고대 중국의 방식이다. 즉, 후대에 은나라에서 만들어진 갑골문자라는 것이다.
찰영(盈)은 그릇(皿) 위로 뭔가가 가득 차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잔배(杯, 桮)는 현재 盃도 많이 사용한다. 본래 잔(皿)에 발음 부분인 不을 표시하였다. 아무래도 나무 잔(杯)은 아니라고 생각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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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血液)과 그릇(皿, 豆, 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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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잔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필요 높이만큼만 차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상이 되면 빠지도록 하여 항상 높이를 맞춰주는 것이 있다. 사실 이것은 눈으로 보면서 대충 높이를 맞추면 된다. 하지만 戒盈杯는 사이펀(syphon)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높이 이상이면 바닥까지 술이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하게 술을 부어 마시게 하는 것이다. 난 戒盈杯가 피타고라스의 컵(Pythagorean cup)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피타고라스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이용하는 syphon의 원리는 양변기(洋便器)이다. 정말 유용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또 싱크대도 하수구 냄새를 없애기 위해 이 siphon 원리를 이용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syphon 원리를 이용하여 로마에서 13km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와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했다. 현재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가 자리한 곳은 옛 로마 시대에 물을 공급하던 수로가 끝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이폰 커피도 사이펀(syphon)의 원리를 이용하여 물을 끓여서 내려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있다.
사이펀(syphon)은 AG(Ancient Greek) σίφων (síphōn) 'pipe, tube'이 어원이다. tube는 (L)tubus "pipe"이다. 또한 pipe의 어원은 (L)pīpāre이고 (OF)piper "to make a shrill sound"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cup은 (L)cuppa, 또는 cūpa 'tub, cask'이고 말 그대로 皿이다. 그리고 우리가 성배(聖杯)로 알고 있는 chalice는 (L)calici- (stem of calix) "cup"이다.
戒盈杯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절제(節制)이다. 節制는 정도를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한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다 보면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술을 마시고,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恒常 술을 警戒하고 節制하여야 한다. 즉,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