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 朱, 丹, 赤, 紅)

붉은색을 표현한다면 무엇을 대상으로 할까 하고 생각해 보면, 그 대상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 이고 그다음이 피(血)다. 그런데 왜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다른 대상들이 붉은색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해(太陽)는 너무 밝아 맨 눈으로 볼 수 없고 붉은 노을이 아니라면, 하얗다고 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日의 갑골문자는 한낮의 뜻으로 🌞를 상형 했다. 또한 피(血)는 정말 붉은색의 대표가 될 수 있겠지만, 피는 무엇보다 맹세의 표시라든지, 또한 신에 대한 제물로 피를 바친다든지 했다. 그래서 이들은 색깔보다는 낮, 희생, 맹세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붉은색으로 사용하고 있는 漢字는 무엇인가? 당연히 赤色이다. 붉을적(赤)의 갑골문자를 보면, 불화(火)위에 큰대(大)가 있다. 그런데, 모든 설명에서 大가 사람이라고 한다. 🔥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즉, 화형과 같은 뜻으로?? 물론 大는 사람을 본 딴 건 맞다. 하지만 더 이상의 사람의 뜻은 없고, 사람이 당당하게 선 모습이 '크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글자이다. 그래서 불 중에서 큰(大) 불(火)을 뜻한다. 즉, 빨갛고 큰 불을 가리킨다. 장작불의 중앙 온도가 1200도라고 한다. 그리고 청동의 녹는점은 950도이기 때문에
청동기시대에도 붉은 장작불, 화롯불로도 충분히 청동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붉은색 하면, 단청(丹靑), 붉은빛과 푸른빛으로 목조건물을 색칠했지. 건물의 멋과 나무가 오래 견디도록 안료를 사용하여 단청을 하므로해서 궁궐, 절, 사원 등을 오래도록 보존하였다.
丹의 갑골문자는 井과는 다르고, 오히려 丹에 싹이 난 南과 같다. 丹은 '붉다'의 뜻 외에 '정성스럽다'는 뜻이 있는데, 붉은 황토밭에 남새를 정성스럽게 기르는 것이다. 또한 丹에 싹이 난 모습을 보고 🌱 이 푸른빛으로 돋아난 것을 새싹을 보고 金文에서 靑이라는 글자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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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황토밭과 새싹 (丹, 南, 田, 甫)
지난 글에 南에 대한 갑골문자를 보았다. 지금의 漢字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글자이다.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하지만 다르게 보면 영락(零落) 없는 '밭에 난 싹'이다. 따뜻한 남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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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木의 줄기는 붉은색을 띠며 고급 목재로써 사용된다. 그래서 주목의 朱의 갑골문자는 木자에 줄기 중간을 볼록하게 표시하였다. 이것은 절단면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즉, 주목의 줄기를 잘라보니 붉은빛이 나더라는 것이다.
붉을홍(紅, hóng)은 小彖에 나타나며, 붉은색을 赤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漢字가 되었다. 붉은색 실(絲)에 /홍/발음을 위해 가공(加工)의 뜻으로 工(공, gōng)을 첨가하였다. OC의 재구음(再構音)을 보면, 紅/*goːŋ/이고, 工/*koːŋ/으로 같은 계열의 g, k 유, 무성음의 差異이다. 이 두 음이 변하여 지금은 /홍/과 /공/으로 발음하고 있다.
영어 red는 고대영어 OE rēad에서 왔으며, 따뜻한 붉은 피(blood)나 무지개의 빨간색을 대표한다. 또한 red는 대부분의 게르만어에 같은 동족어들이 있다. 원시인도유럽어 PIE *reudh-가 어원으로 ruddy(불그레한), rust(녹, 녹슬다)와 Latin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온 ruby, rubric(지시문), russet(적갈색) 등의 어휘들이 만들어졌다.
스페인어 rojo/a, 프랑스어 roux는 라틴어 russus에서 왔고 프랑스어 rouge도 같은 계열의 라틴어 rubeus에서 왔다. 특히 rouge는 일본을 통해 들어온 립스틱 くちべに [口紅], 즉, 루즈/루주는 빨간 💄이 우리에겐 립스틱의 대명사가 되었다. 빠리를 갔을 때 물랑루즈(Moulin Rouge)를 보고 rouge가 빨간 색인줄 그제야 알았지 뭔가..^^"
프랑스어 moulin은 후기라틴어(LL) molīnum에서 왔으며, 영어 mill, windmill의 뜻이다. 물랑루즈는 빨간풍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