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歷史)는 무슨뜻인가?

史의 갑골문자들

歷의 갑골문자와 금문

오늘은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歷史란 '인류(人類) 사회(社會)의 변천(變遷)과 흥망(興亡)의 과정(過程). 또는 그 기록(記錄)'이라고 한다.
그런데 역사는 똑같은 사실을 보는 시각에 따라, 특히, 기록하는 자의 시각에 따라 기록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라고 소위 얘기들 한다. 패한 자는, 아니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고조선의 역사는 모두 사라졌고 삼국유사(三國遺事)와 제왕운기(帝王韻紀) 에만 신화로만 전해지고, 중국의 기록물에도 편린(片鱗)만이 있을 뿐이다.
역사는 史로 사용하였다. 갑골문자를 보면 무엇을 들고 있는 듯하다. 부채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역사는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이 '인류의 기록'이다. 비록 편중되고 왜곡될지언정.. 그럼 무엇으로 기록했을까? 동양에서는 일찍이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도 죽간(竹簡)에 쓰기도 하고, 뼈에 새기는 방법들이 있었다. 물론 이전에는 바위에 그리거나 새기기도 했다. 인류는 붓(율 聿)도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갑골문자가 붓인지 의문스럽다. 이것도 새기기 위한 도구로 보인다. 붓을 사용해서 기록할 것이 없다. 종이는 아직 나오기전이고, 죽간도 갑골문을 새긴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聿의 갑골문자

그런데 이 방법은 사용하기는 쉽지만, 내구성(耐久性)이 떨어졌다. 그래서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래가는 곳에 새겨 넣는 것이다. 이것이 史의 글자의 시초라고 본다. 즉, 史는 무엇인가에 새기는 것이다. 가슴깊이 새기는 것을 뼈에 새긴 것이다. 그럼 史의 갑골문을 보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뾰족한 것으로 새기는 모습이다. 'ㅂ'형태는 보통 口를 나타내지만, 구멍, 홈 등의 뜻으로도 사용한다. 여기에서는 새기는 작업이니까 홈으로  봐야 한다. 갑골문자 중 세 번째 것은 'ㅂ'형태가 진짜 홈처럼 (V) 표현하였다.
OC의 재구형도 /*srɯʔ/이다. 비록 /r/이 들어갔지만, 이것은 벼슬아치 리(吏)의 분화를 위한 것이고, 史의 갑골음은 '새기다'의 중세국어 '사기다'와 비슷하였으리라 본다. 그래서 갑골음부터 /s/는 계속 남아서 하여금사(使)와 일사(事)로 분화했다.
그런데 漢字化된 후에 어휘가 많아지면서 史로써 의미 역할이 충분하지 못해, '인간의 발자취'라는 의미가 보충되어, 지금의 歷史가 되었다. 그러면 歷은 무슨 뜻인가? '지나다, 세월을 보내다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역력(歷歷)하게 새기는(史) 것이다. 즉, 모든 것을 환히 알 수도록 기록하는 것이 歷史이다.
歷의 갑골문자를 보면, 기장밭(禾禾, 아래 농경과 곡식 참조)으로 가는 발(足)을 그려놓았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여 첫 번째로 재배한 곡식이 기장(禾)이었으며, 이 기장을 추수하기 위해서 기장밭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아니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을 발견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모든 기장을 걷어들이고 나면, 한 해를 보낼 수 있는지를 歷歷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한편 金文에 와서는    기슭엄(厂)이 추가 되어 기슭, 언덕 등 험한 곳을 '지나다, 겪다'의 의미를 강조하게 되었다.
영어 history의 뿌리 PIE는 *wid-tor-이지만 *weid- ("to see," 더 나아가 "to know")에서 왔다고 본다. 그리스어 historia, 라틴어, 프랑스어를 거쳐 14세기쯤 영어로 들어왔다. 영어 story(과거 사건에 대한 서술적 기록)로도 분화하였다. 진실을 알고자(라틴어 scire에서) 하는 인류는 science(과학 科學)라는 말도 만들었다.
인류는 진실을 알고 기록하는 것을 역사(歷史)라고 한다. 또한 잘못 알고 있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도 역사(役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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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과 곡식, 禾, 黍, 來, 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