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ymology

눌러앉다(4), 칼(御), 명령(命令)

Aristode 2023. 9. 24. 05:41

御의 갑골문자, 세계의 문자(범우사)

御의 갑골문자에 나오는 칼, 간돌검과 청동검

신인류가 탄생하여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씨족사회, 부족사회를 이루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돌을 이용하여 도구로 만들어 정착했고, 늘어난 인구의 먹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다. 결국 식량이 모자라면 다른 부족을 약탈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은 무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 집단과 무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것이다. 우리의 청동기시대는 청동기를 사용했지만, 간석기도 여전히 많이 사용했다.
거느릴 어(御)의 금문에 칼 모양이 나오지만,
'세계의 문자'라는 책을 보다가 알게 된 것은, 일본은 확실하게 칼(거의 청동검과 같은 모양)과 옆에는 역시나 사람이 눌러앉아있는 모습을 御의 갑골문자로 분류하였다. 이것은 칼과 함께 눌러앉아 있는 우두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御는 '거느리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왕을 지칭한다. 중국상고음이 /*m-[qʰ](r)aʔ/, /*[ŋ](r)a-s/, /*ŋas/으로 유추된 걸 보면, 아마도 갑골음은 'ᄀᆞᄉᆞ, ᄀᆞᄅᆞᄉᆞ'이고, 훈민정음으로 칼은 '갏>캃>칼'로 변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칼의 갑골문자가 御인 것이다. 물론 칼이 '가르다'에서 왔다고 하니 모두 같은 어원으로 보인다. 또한 칼의 뜻인 한자는 刀가 있는데, 刀의 OC는 /*taːw/인데, 우리말의 '따다, 타다'를 갑골문자로 쓰이지 않았을까한다. 또한 /*ŋas/은 '낫'과도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물론 '낫'이전에 '낟'이라고 했지만, 지금 우리의 받침 발음이나 옛날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이렇게 중요한 곳에 상징적인(?) 칼과 함께 눌러앉아 命令 을 하는 모습의 갑골문자도 있다. [눌러앉다(1)]
命의 갑골문자는 令과 같고 금문에서 입을 추가하여, 명령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命令의 갑골문자

御를 영어로는 manage, govern에 해당하는데, manage는 라틴어 manus("hand")에서 이탈리아어 manaeggiare("handle")로 와서 영어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왕이탄 어가를 몬다는 뜻도 있다. 한편 govern은 그리스어에서 왔는데, kybernân("to steer")이 라틴어, OF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 御를 칼이라고 설명했듯이 sword의 OE는 sweord이다. PIE root는 *swer-로 추정되며, 자르다, 찌르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칼이란 도구는 '가르고 따는' 한편, 이를 가진 자의 위엄과 존위를 나타내고 있다.